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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가 아는 이 사람] SBS 창사특집 <최후의 바다 태평양>을 연출한 김종일PD

2002년 1월. 여의도 SBS 방송국

일요특집 모닝와이드에서 VCR을 연출하다가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팀으로 옮기게 되었다. 지금도 시청률이 보장되는 SBS 장수 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는 당시에도 시청률 13~15% 정도를 유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효자 프로그램이었다.
 
꼴찌에게 베토벤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신 차장님께서 <세상에 이런일이>팀으로 옮기시면서 프로그램을 같이 해 볼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주셨다. 꼴찌에게는 기회였다. 당시 <세상에 이런일이>는 연출 경력만 2~3년 이상인 PD들이 제작을 맡았는데, 코너 연출한지 6개월 만에 인기프로그램 연출 제안이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 팀에서 만난 팀장이 오늘 밤 11시 방송될 SBS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최후의 바다, 태평양>의 1부 상어와 여인 편을 연출한 김종일 PD다. 





 

<세상에 이런일이> 팀은 지금도 2인 1조 시스템으로 촬영을 하는 것 같은데, 당시에도 PD 2명이 한 조가 되어서 한 명은 연출을 한 명은 6mm DV 카메라 촬영을 맡아 제작을 했다. 김종일PD 가 팀장으로 있을 때 촬영을 맡아 함께 출장을 간 적이 많았다.

꼴찌는 당시 김종일PD로 부터 기본이 안됐다는 핀잔을 많이 들었었다. 촬영 한 컷 한 컷 공을 들이지 않는다는 지적과 구도 등 불만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 당시엔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꼴찌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던 경험이었다.  

 



<세상에 이런일이>에서 김종일 PD와의 인연은 2006년 1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 연출을 배우고 싶어 들아간 SBS스페셜 팀에서 다시 이어진다. 2006년 8.15 특집을 함께 맡게 되었다. 내 역할은 HD 촬영 및 조연출이었다. 10분 물 코너 연출을 하다가 조연출 업무를 하려니 갖은 심부름과 정산때문에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 팀에서도 실보다는 득이 많았다. 

처음 호흡을 함께했던 아이템이 일본 우익에 관한 취재였는데, 도쿄 - 오사카 - 나고야 등을 돌며 일본 우익들을 만나 취재하면서 모르고 있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우익들은 천황을 신처럼 떠 받들고 가족보다 천황을 위해 목숨까지 받칠 각오가 되어 있을 정도로 맹신적이었다. 당시 한 우익의 인터뷰 과정에서 위안부와 독도에 관한 발언을 현지 통역으로부터 전해 들은 김종일PD는 한 동안 감정을 추스리느라 힘들어 했다. 인터뷰 촬영이 끝난 후 그들의 저녁식사 제안을 속이 뒤집힐 것 같다며 거절한 적이 있다.  

8.15특집을 끝내고 김종일PD와 함께 2007년 신년특집 다큐멘터리를 한 편 더 제작하게 되었다. 내 방송 생활 중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바로 꼴찌들을 주제로 한 SBS스페셜 다큐멘터리 <마지막 주자들의 행복> 이었다. 이 때 만났던 출연진들과는 아직까지 연락을 주고 받을 정도로 애착이 많았던 작품이다. 애착이 많다 보니 촬영 테잎이 107권이었고, 편집까지도 맡아서 2주 가까이 밤샘작업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신년특집을 준비하면서 김종일PD와 갈등이 생겼다. <마지막 주자들의 행복> 촬영 중 독일에서 신내림을 받기 위해 한국에 온 푸른 눈의 여인을 동행 취재하라는 지시 때문이었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병행할 정도의 융통성이 없는 꼴찌는 <마지막 주자들의 행복> 촬영에만 모든 열정을 다하고 싶었는데도 결국 2주 동안 독일여성의 신내림 과정을 촬영해야 했다. 어려서부터 무속신앙에 대한 반감이 컸던 나는 촬영 내내 내림굿에 대한 의심이 많았다. (내림굿에 대해 어떤 주장을 펼칠 정도의 논리와 필력이 모자라 생략하기로 한다.) 

다큐멘터리 <푸른 눈에 내린 신령> 편을 연출할 당시 김종일PD는 SBS 교양PD들을 깜짝 놀라게 한 장치를 연출했었다. 아주 오래 된 나무에 1000개의 모니터를 달아 성황당을 연출했는데, 무속과 디지털 사이의 감각적이면서도 묘한 미장센을 연출했다. 현장에 함께 하질 못해 사진을 촬영하지 못했던 점이 무척 아쉬웠을 정도였다. 방송이 나간 후 그 성황당 연출은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김종일PD에 대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그와의 추억과 무엇보다 방송에 대한 그의 뚝심과 집념때문이다. 


2010년 1월. 꼴찌의 방황이 한창일때 김종일PD로부터 툰드라를 함께 가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사실 무식한 꼴찌는 툰드라가 어느 지역인지도 몰랐다. 일단은 경험해보지 못한 지역의 촬영이라는 점이 좋았다. 주머니 사정도 좋지 않았고 이것저것 묻고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3주 동안 툰드라 접경지역과 타이가 숲에서의 촬영은 고생도 많았지만 내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기도 하다. 투바공화국의 타이가 숲에서 2박 3일 동안 침낭에서 잔 적이 있다. 그때 모닥불을 피워놓고 김종일PD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선배는 내게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냐고 물었다.  '사람과 행복' 에 관한 프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가 이런 막연한 쒜이 라는 핀잔을 들었다. ㅋㅋ 선배는 어떤 프로를 만들고 싶냐고 물었다. 

그전까지 그의 오랜 화두는 종교와 샤머니즘에 관한 이야기였다. <푸른 눈에 내린 신령>에 이어 다큐멘터리 4부작 <신의 길, 인간의 길>의 연출을 마친 후 선배는 자신이 영상으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다 들려준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바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무식한 꼴찌는 당시 선배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해녀 이야기인 줄 알았다.
 
김종일PD의 소통 방식에 누군가는 답답해하고 짜증내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꼴찌가 알고 지내 온 선배 김종일PD는 후배를 아끼고 챙길 줄 아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에 대한 집념과 뚝심이 강한 교양PD다. 

김종일PD가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바다이야기는 무엇일까? 

SBS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최후의 바다, 태평양> 을 통해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