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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라는 표현이 사회적 가치를 떨어 뜨린다!? 소수를 배려하지 않는 편견이 아닐까?

평소 모자를 자주 쓰는 편입니다. 고등학생때부터 빠지던 머리카락이 지금은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햇살 쨍쨍한 날 상대를 눈부시게하는 조명 역할을 할 정도의 앞트임 대박 이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짧게 표현하면 대머리 라는 얘기죠. 

그런데, 대머리라는 표현이 명예훼손이랍니다. 온라인 채팅사이트에서 상대에게 대머리라고 표현한 사람이 명예훼손으로 고발되어 30만원의 벌금을 물었다고 하는데요. 1심에서 "대머리는 표준어일 뿐, 단어 자체에 경멸이나 비하의 뜻이 담겨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에서는 "대머리란 표현이 사람의 외모에 대한 객관적 표현이지만,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고 현대 의학에서는 질병으로 보는 견해가 있어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표현"이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습니다.


뉴스를 보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동영상 올립니다.
(제가 직접 올린 영상이 아니고 SBS뉴스 퍼온 영상이라 시작 전 15초 광고 있습니다.)


 

이 소식은 어제 오후 트위터에서 먼저 접하고 짧은 단상을 트윗으로 남기기도 했는데요.

대머리인 제가 대머리와 관한 추억과 일상을 정리해봅니다. 




올해 초 뜻한 바가 있어서 머리를 완전 짧게 삭발한 적이 있습니다. 이 헤어스타일 때문에 와이프한테 진짜 쫓겨날 뻔 했는데요. 나름 블로그 운영에 대한 계획과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한 각오로 강행한 삭발이 제 가족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졌나 봅니다.  

제가 삭발한 이유 중 또 한 가지가 일주일 정도 지나면 샤워실 숫채구멍에 머리카락이 쌓일 정도로 현재까지 '머리카락 빠짐 진행형'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계속 빠질 바에는 머리카락 자라지 않게 삭발을 해서 대머리로 지내자! 였는데,
 

그 후 참 많은 일들이 생기더군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괜히 피하고, 이사온 지 며칠 되지 않은 아랫층 아주머니께서 제 딸이 뛰어서 시끄럽다며 항의하러 올라 오셨다가 웃으면서 내려가시고...
담배피던 흡연청소년들이 뒤돌아서는... 뭐 긍정, 부정적인 상황들이 많이 생겼었지요. 

그래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비니모자를 쓰고 다니다가 계절이 바뀌면서 창모자를 쓰고 다닙니다. 
모자를 쓰면 가끔씩 아주 특별한 시선을 가진 분들에게 '동안' 이라는 표현을 듣습니다. 우헤헤^^ 저를 귀여워 해주시는 분들이 계실때마다 우크크 막 재롱을 떨고 싶기도 합니다만, 

전 대머리입니다. 


헤어스타일이 이렇다보니 방송국에서 프리랜서PD로 일할 때 우부장이라는 별명을 듣기도 했는데요.
 
그 별명과 관련된 씁쓸한 추억이 있습니다. 2001년에 생긴 일입니다. 당시 SBS 토요특집 출발모닝와이드 FD로 일할 때였는데, 어느 날 팀 회식이 있었습니다. 1차로 저녁을 먹고 2차로 나이트를 간 적이 있는데, 차장님과 각 코너를 연출하던 선배PD 그리고 작가들과 함께 동행한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출입구에서 아주 특별한 시선을 가진 웨이터가 차장님이 계신데도 불구하고 저한테 인사를 90도로 하는 것었습니다. 

" 어서옵쇼! 부장님!~~~~~~~~ " 

2001년 이면 20대 중반을 갓 넘긴 꽃다운 나이였는데도 아주 특별한 시선을 가진 그 웨이터 덕에 전 우부장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이었죠. 그 웨이터의 착각을 불러일으킨 가장 큰 이유가 대머리였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PD가 되고 나서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는 날로 더 빠졌고 나중에는 국장이라는 별명까지 으앙!~~~~~~~~~~      


이제 씁쓸한 추억을 뒤로하고 꼴찌의 일상에 대한 짧은 생각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 이마가 넓고 대머리라는 사실이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았습니다. 제사 때 사진으로만 뵙던 증조할아버지가 그러하셨고, 존경하는 제 아버지가 그러하셨기에 대머리는 제게 익숙한 헤어스타일 일 뿐이었습니다. 증조부와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전 대머리입니다.

그런데, '대머리가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고, 현대의학에서는 질병으로도 간주하는 견해가 있다'는 판결문에 정리하기 쉽지 않은 묘한 감정이 생기더군요. 
 
사이버 채팅상에서 대머리가 아닌 사람에게 대머리라고 표현했다는 것에 대한 명예훼손의 판결은 법전공자도 아니고 모르는 바가 많아 이견을 정리할 여력이 없지만, 대머리가 부정적인 이미지며 현대의학에서 질병이라는 판결문은 탈모로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고, 대머리에 대한 더 많은 편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대머리인 제가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움찔 하는 착오일 수도 있으나, 다수가 아닌 소수의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판결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짧은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다른 표현으로 판결을 내려 상대를 비난한 사람에게 벌을 내릴 수는 없었을까요?

여러분은 대머리가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이미지라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