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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호선 검사녀 사건과 자리를 비운 장애인 활동보조인


지난 5월 14일 광화문 광장에서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에 관한 1인 시위의 주인공, 배우 김여진 님에 대해 혹자는 오지랖 넓은 배우라 평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녀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신이 오지랖 넓다고 답하기도 했는데요. 설령 그녀가 오지랖 넓은 여자라고 하더라도 

그녀는 무관심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일요일(5월 15일) 두 가지 기억에 남을 사건을 경험했습니다. 트위터에 '무관심'과 '오지랖'에 대한 화두의 날이었다는 메세지를 남기기도 했는데요. 두 가지 사건을 정리합니다. 

 

 



어제 과천 어린이 대공원 나들이 가는 길에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2호선 지하철을 타고 4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사당으로 향하던 중 지하철 내에서 어느 여성의 화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지팡이를 들고 한 손에는 작은 광주리를 든 시각장애인이 내 옆을 스쳐지나자마자 들린 소리였는데요.

"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다 보이면서 지팡이는 왜 들고 다니는거지...시민들이 다 보는데서 당신은 날 농락한거야! "

하얀 브라우스를 입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는 시각장애인에게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영화에 가끔 유머 소재로 등장하는 가짜 시각장애인이 실제로 지하철에 나타났는 줄 알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앞에서 여자가 화를 내고 있었기에 시각장애인이 여자를 추행했거나 실수를 했구나라는 선입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언뜻 보기에도 50~60대 가까운 할아버지의 눈에는 장애가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여인의 원인 모를 분노는 계속 됐습니다.

그런데 계속 듣고 있다보니 여자의 분노를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왜 앞이 보이는데 지팡이를 들고 다니냐고만 윽박지르는데, 만약 그 노인이 여자를 추행했거나 어떤 실수를 저지른 상황이었다면 시민이 여자의 편을 들었을텐데요. 지하철 안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그 여자에게만 향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오지랖이 넓은 놈은 아니지만 모른 척하기도 그렇고, 나서기도 애매한 상황이라 망설이던 찰나 
그 여자의 입에서 나온 말 한 마디가 저를 비롯한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습니다. 

" 당신 나하고 같이 경찰서로 가. 나 검사야..."  

조심스런 표현이지만 많은 시민들앞에서 자신이 검사라고 말하는 그 여자는 자유롭고 독특한 뇌구조를 가진 듯 했습니다. 그리고 절대 검사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하철 시각장애인은 어이없는 듯 여자에게 경찰서로 가자며 지하철에서 내렸는데, 그 여자는 그 상황을 지켜보더니 나는 안갈테니 다시 타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이 문은 닫히고 할아버지와 그 엉뚱녀와의 상황은 종료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주변 사람들에게 지하철 내에서 구걸하는 시각장애인한테 농락당하지 말고 돈 주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민망했는지 그녀는 다른 칸으로 이동했고, 전 그 상황에서 왜 미리 말리거나 참견을 하지 않았을까 후회했습니다. 제가 그 상황을 해결해야 할 의무나 그럴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무관심이었습니다. 

 




과천 어린이 대공원에서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밝혔듯이 NIKON D5100 체험단에 선정돼서 설레는 맘으로 사진을 열심히 촬영하고 있었는데요. 아내가 미리 약속한 친구들을 만나 점심을 먹는 동안 전 느낌있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휠체어에 탄 사람은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보였고, 엄마인지 아내인지 모를 여자분이 물을 먹여주고 있었습니다. 30여 미터 떨어져 있었는데, 그 느낌을 놓치고 싶지 않아 일단 먼저 촬영을 하고 난 후 허락을 받자고 생각했습니다. 

그 아주머니가 뇌성마비 장애인에게 물을 다 먹이고 나서는 빈 물통을 들고 어디론가 향했습니다. 저는 빈 통의 물을 채우러 가던가, 빈 통을 버리러 간다고 생각해서 기다렸다가 돌아오시면 사진을 보여드리고 블로그에 올려도 되는 지 허락을 받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10분, 20분이 지나도 그 아주머니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태연하던 장애인도 30분이 되자 전동휠체어로 몇 미터 움직이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듯 했습니다. 


장애인에게 인사를하고 난 후 실례지만 물 먹여 주던 여인이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장애인은 서툰 발음으로 '활동보조' 라고 했습니다. 활동보조인이라 함은 중증장애인의 신체활동, 가사 및 이동을 돕는 사람을 뜻하는데요. 서울특별시 장애인 홈페이지를 참조하자면,

 
장애인활동보조 서비스 목적
신체적,정신적 이유로 원활한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증진
 
장애인활동보조 서비스 정의
1급 장애인에게 활동보조인을 파견하여 장애인의 이동보조, 일상생활지원, 신변처리지원, 가사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함
 
http://friend.seoul.go.kr/support/support_06_01.jsp?Depth=261
 
 
 
왜 여기 혼자 남아계시냐고 여쭤봤더니, 자신은 더워서 그 자리에 남아있겠다고했고 활동보조라는 분에게 공원을 둘러보고 오라고 했답니다.  그 장애인은 웃으면서 제게 가라는 뜻의 손짓을 했습니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면서 드는 생각은 아무리 장애인이 그렇게 하라고 했더라도 장애인을 혼자두고 30분 이상 자리를 비운 활동보조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정리하면서 확실히 반성을 하게 됩니다. 

배우 김여진 님을 비롯해 그 외 의식있고 개념있는 수많은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면 지하철에서 자칭 검사라 주장하는 여자와 시각장애인 사이에 일어난 일을 모른 척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장애인에게 상황 설명을 다 들어놓고도 후조치를 하지않고 아무일 없겠지, 활동보조인이 돌아오겠지 하면서 제 갈 길을 간 것도 상황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지 못한 행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소중한 이웃분들은 제가 겪은 두 가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셨을 지 궁금합니다.

점점 개인화 되어가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세상이 되어가는 지금도 누군가는 단수로 인해 물이 부족한 사람들의 소식을 접하고 새벽녘에 현장에 도착해서 물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직접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지는 못할지라도 아닌 걸 보고 아니라고 말하고 행동할 줄 아는 양심은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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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heysukim114.tistory.com/ 저녁노을 2011.05.16 06:14

    더불어 사는 우리이지요. 오지랖이라고는 생각 안 하는데...

    잘 보고가요. 즐거운 한 주 되세요.

  • Favicon of http://kingo.tistory.com 하늘엔별 2011.05.16 06:24

    다시 한 번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요? ^^;;

  • Favicon of http://blog.daum.net/aracsi aracsi 2011.05.16 06:46

    장애우들을 보조하는 사람이라면 그정도는 다 알텐데..
    뭔가 사정이 있었을꺼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 Favicon of http://multiapp.tistory.com multiapp 2011.05.16 06:49

    오지랖좀 넓으면 어떻습니까. 더불어 살아가는 것인데요.
    점점 개인화되는 세상에서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이웃을 만날때면 마음이 행복해집니다.
    이런저런 문제로 다른 지역에 이사와서 아는 이라고는 아무도 없는데, 먼저 손내밀면서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분을 몇분 뵜더니 정말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게 아니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살고 있답니다.

  • Favicon of http://www.2sisters.kr/ 두자매이야기 2011.05.16 06:52

    지하철에서...구걸하시는 분들 많이 만나지요..
    그런데 진짤까 아닐까..이런생각이 가끔들긴하지만..
    그 검사라는 여자는..꼬옥 그렇게 까지 할필요가 있었는지..참..
    세상이 넘 각박해지는것 같군여...

  • Favicon of http://blog.daum.net/iamcarol carol 2011.05.16 07:06

    김여진님은 용기가 잇는 사람 이구요..
    저도 아마 꼴찌님처럼 그냥 지나쳤을것 같네요
    그리고 나서 후회하고..반성하고..

    오지랖하고는 좀 다른 문제가 아닌가요?
    꼴찌님 글을 읽고 나니..관심과 사랑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반성해 봅니다

  • Favicon of http://boyundesign.tistory.com 귀여운걸 2011.05.16 07:10

    아.. 펭귄이라고 불리는군요..
    이런 오지랖은 얼마든지 넓을수록 좋은거 아닐까요?^^;;

  • Favicon of http://gajokstory.com 우리밀맘마 2011.05.16 07:23

    저의 행동을 좀 반성하게 하네요. 저도 요즘 많이 무관심해진 것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s://boann.tistory.com Boan 2011.05.16 07:28 신고

    그런 검사분이 얼마나 시민들을 생각해줄까요? 활동보조분은 조금더 봉사정신이 필요할듯 보이네요. 좋은글 잘 보고갑니다.

  • Favicon of http://jsapark.tistory.com/ 탐진강 2011.05.16 07:29

    무관심이란 핵폭탄 보다 무섭다고 했지요.
    나만이 아니라 주변의 이웃들도 돌아보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 Favicon of http://blog.daum.net/gnathia 달려라꼴찌 2011.05.16 07:43

    아마도 검사 사칭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검사 치고 자기가 검사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 못봤거든요 ㅡ.ㅡ;;;

  • Favicon of http://gimpoman.tistory.com 김포총각 2011.05.16 08:27

    이런 상황에서 나선다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자칫 얘기치 못한 상황에 빠질수도 있고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아질수록 더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지하철에서의 상황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네요.

    • Favicon of http://kkolzzi.com kkolzzi 2011.05.16 11:42

      네.. 제 머리는 그 상황에서 자칫 생각지 않은 상황의 발생을 계산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잘한건지 잘 못한건지 헷갈려요.

  • Favicon of http://blog.daum.net/phjsunflower 꽃집아가씨 2011.05.16 08:37

    그 검사님 참 오지랖하시고는...
    좀 많이 그러네요..참..ㅠㅠ
    마음아픈 현실들만....

    • Favicon of http://kkolzzi.com kkolzzi 2011.05.16 11:41

      제가 볼 때 그녀는 검사를 사칭한 것 같아요. 그런 검사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 Favicon of http://b 파리아줌마 2011.05.16 16:46

    어젯밤 이글 읽으려고 열어두었다가 그냥 자버렸어요,,^^
    어떻게 참견은 못하지만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어야될것
    같아여 그것조차 없는 사람들도 많더군요,ㅠㅠ

  • Favicon of http://crabbit.tistory.com/ 굴뚝토끼 2011.05.16 18:02

    타인의 일에 끼어든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리스크가 있는 행동이 된지 오래죠.
    제 주변에도 담배 피는 중딩 훈계하다가 폭행으로 경찰서 신세 진 사람부터
    남자한테 맞는 여자 구해주다가 성폭행범으로 긴급체포된 사람까지....

    그래서인지 요즘은 이런 묘한 상황이되면 바로 112 눌러버립니다...^^

    • Favicon of https://www.kkolzzi.com 꼴찌PD 2011.05.16 18:42 신고

      굴토님! 요즘 밖으로 계속 촬영다니고 콘텐츠 만들어보겠다고 용쓰는 바람에 안부도 못 전했어요 ㅠ.ㅠ 저도 쉽게 간섭 못하겠더군요 ㅠ.ㅠ

  • 존도우 2012.11.30 23:04

    활동보조인입니다, 현직, 그런데 활동보조인들에게는 당사자주의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에 대해 교육을 받습니다. 마냑 장애인이 혼자 있어도 좋다고 햇다면 그 선택을 지지해주는것도 활동보조인의 마음가짐입니다. 그 상황이 불편해보이셧을것 같지만, 활동보조인은 엄연히 노동자라서 8시간 근무 1시간 휴식이 보장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그상황만보고 말씀하신것 같아 어떤 맥락인지 궁금해지내요

    • Favicon of https://www.kkolzzi.com 꼴찌PD 2012.12.01 07:10 신고

      안녕하세요. 덕분에 장애인 당사자주의에 대해 찾아보고 조금이나마 알게 됐습니다. 위 글은 2011년에 작성된 글입니다.
      우선, 뇌성마비 장애인을 놀이공원에 혼자 두고 자리를 비웠다는 점만을 보고 불편하게 생각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혹시라도 화장실이라던가 급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라는 노파심. 그런데, 님의 댓글을 보며 다시 글을 읽다보니 혹시라도 제가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장애인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아닌데 말이죠. 그럼에도 넓은 놀이공원에서 혼자두고 자리를 비우는 것은 잘 잘못을 떠나 개인적으로는 보기 좋지않았습니다.

      현직에서 활동하시는 활동보조인의 생각을 들어보지 않고 정리한 개인적인 사견일 뿐이니, 기분 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방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