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육아] 잠 못 드는 아이와 글짓기 놀이



2011년 1월 21일에 발행된 글입니다 

아이를 재우는 일도 가끔은 힘들 때가 있습니다. 낮잠을 평소보다 오래 자거나, 5~6시경에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깨면 십중팔구 쉽게 잠들지 못해 엄마 아빠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 제가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가 있는데요.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며 글짓기를 하는 놀이입니다.

 


어젯밤, 쉽게 잠들지 못하는 아이를 어떻게 재울까 고민하다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났습니다.

 제 딸은 제가 퀴즈문제를 내거나, 딸이 낸 퀴즈를 제가 맞추는 형식의 퀴즈놀이를 좋아합니다. 예전에 포스팅 한 바 있는데요.  

당시 아이와 함께 한 퀴즈놀이 동영상입니다.

 

하지만, 어젯밤에는 퀴즈놀이도 재미없다며 하기 싫어하더군요.

그때 떠오른 생각이 하얀 도화지에 상상력으로 그림 그리기였습니다.

 

"눈을 감고 마음 속에 아주 큰 흰색 도화지가 있다고 생각해..."

"응...아빠"

 

우선, 아이에게 눈을 감고 하얀 도화지... 아주 큰 도화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도화지에 아빠가 하나 그리고 네가 하나 그리는거야..."

"뭘 그려?"

"아무거나 그리고 싶은 걸 말하면 돼 한 가지씩..."

"응"

 

다행히도 아이는 순한 양처럼 잘 따라주었습니다.

 

"아빠가 먼저 말한다. 아빠가 말하는 물건을 마음 속으로 흰 도화지에 그리는 거야~!"

"응..."

"자! ~ 시작한다... 성!"

 

내가 성을 이야기하자 아이는

 

"공주"

"그래... 성도 그리고 공주도 그리고 있지?"

"응...아빠 .이제 아빠 해야지!!!..."

"꽃밭"

"왕자"

 

내가 한 단어를 말하자 아이는 바로 바로 연상되는 단어를 이야기했습니다.
또 다시 내 차례가 되어 떠오른 단어를 말했습니다.

"보초병"

아이가 잠깐 말을 멈추더니 질문을 합니다.

"아빠! 보초병이 뭐야?"

"어... 성문을 지키는 사람..."

"아... 그럼 난 왕비"

 

각자 세 개의 단어를 꺼냈을 때 전 그만이라고 아이에게 말하면서,

이런 주문을 했습니다.

 

"지금 나온 단어를 다시 얘기해 볼까!."

"성... 공주, 왕자... 보초병, 왕비...꽃밭"

 

순서는 틀렸고, 기억하는 과정에서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여섯 개의 단어를 모두 기억해냈습니다.

 

"이 여섯 개의 단어로 글을 지어보자"

"아...나 못해..."

 

무리한 시도였을까요. 아이는 조금 짜증을 내는 듯했습니다.

 

"잘 들어봐... 어느 마을에 성이 있는데, 그 성에 살고있는 공주가 꽃밭으로 나들이를 나왔어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는데, 잠시 후 이웃 나라 왕자님이 나타났어요."

 

아이가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었습니다.

 

성에서 왕비가 지켜보면서 둘이 결혼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때, 이웃나라 왕자가 공주에게 꽃을 선물하며 말했어요.

"공주님 저와 결혼해주세요!" 

성문을 지키고 있던 보초병이 박수를 치며 축하해 줬습니다

 

갑작스럽게 배열된 단어들이라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쉽지 않았고 엉터리 글짓기 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가 그 단어들을 생각하고 정리하며 퍼즐 맞추듯이 다시 정리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10여 분 정도 함께 이야기하고 글짓기까지 하는 과정이 지나자 자연스레 아이는 하품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마음속에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단어를 연상하게 하고, 그 단어로 아이에게 정답이 없는 상상력을 하게 하는 놀이만으로도 아이에게는 큰 도움이 되리란 생각이 듭니다.  

성격이 활발하지만 집중력이 약하고 산만해서 어젯밤의 놀이가 언제까지 효용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아빠와 아이가 함께 하얀 도화지에 그림 그리는 연상을 하고 다시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갔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제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잘 놀아준다는 것밖에 없습니다.
아이도 그 놀이를 즐거워하고, 그 순간을 행복해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