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모처럼 아내 배려하려다 잔소리 들은 사연






소셜커머스의 유행으로 할인쿠폰이 유행입니다. 몇 달 전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을 싼값에 구매한 아이 엄마가 아이 데리고 에버랜드에 가기 위해 여느 때보다 아침 식사를 서둘렀습니다. 아침 식사하다가 무슨 생각인지 작은 식탁에 모인 세 식구가 집에서 가끔 숯불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작은 화로가 있거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치게 감상에 빠진 철없는 생각일 수 있지만, 정원주택에서 살아보는 게 작은 소망이기도 하고 그 정원에서 그릴에 고기 구워 먹는 게 일상의 행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현듯 밥을 먹다 떠오른 생각을 얘기했을 뿐인데... 

" 무슨 소리하고 있어... 집에서 연기 나게 숯불 화로구이는 무슨..."
" 아니... 느낌도 있고..."
" 작년에 아이 해준다면서 산 팥빙수 기계는 여름에 한 번 만들어주고 그냥 내버려 놓고는 무슨... 오빠는 뭘 무조건 사들이려고만 해?!!!"

아침부터 나만의 즐거운 상상은 부부싸움으로 이어질 위기였습니다. 그냥 쉿 하고 밥만 잘 먹었습니다.(ㅠ.ㅠ) 그냥 떠오른 생각에 뭘 그렇게 짜증까지 내나 싶어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담배 한 대피며 맘 가라앉히고 있는데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 소복이 쌓인 눈이 시선에 포착되었죠. 


한 달 넘게 현장에 투입 안 하고 집에서 블로그에만 빠져 있는 남편이 한심하니 매일 짜증이겠지 싶어 오래간만에 작은 배려라도 해서 점수 따야겠다는 생각으로 차에 쌓인 눈도 치우고 차 시동을 걸어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에버랜드 같이 안 가준다며 며칠 전부터 서운해하던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아내가 먼저 말하기 전에 미리 가족을 배려하는 맘과 행동을 보여주어야겠다 싶어 당당하게 얘기했습니다. 

"차 키 어딨어? 눈 치워놓아야 운전할 때 편하지..."

"......" 

아내는 3초 정도 말없이 저를 쳐다봅니다. 

뒤통수에 찬바람이 살짝 붑니다. 

"차 지하 주차장에 세워놨거든...!!!"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협소해서 퇴근 시간이 지나면 지상에 주차를 해야 하는 실정인데, 아내는 눈이 온다는 기상예보를 듣고 어제 일찍 지하에 주차해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옥타브 높은 '도' 음의 소리. 

"차 안 가져가 가! 셔틀 버스 타고 가거든!!!" 
(ㅠ.ㅠ) 

TKO 완패입니다. 

갑작스런 배려는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항상 몸에 벤 습관으로 가족을 생각하고, 설거지 및 청소 돕기 등 알아서 실천하는 그런 남편!... 과는 거리가 멀었으니 말이죠.

작은 일로 싸우고 작은 일로 행복해 하는 게 부부인가 봅니다. 

셔틀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 주고 지금 막 돌아와서 글 마무리 하는데 설거지 해놓고 일보러 나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