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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 똑딱!
또 늦었다.
시침과 분침이 합일하는 그 순간이 되기 전 귀가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또 늦었다.
똑딱! 똑딱!
초침이 열심히 원을 그리자,분침이 다시 질주를 시작한 듯,
그렇게 시침과 분침 그리고 초침은 적막함을 가르는 경주를 하고 있다.
띠 띠띠 띠 띠띠,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애무하듯 살며시 열었다.
거실을 비롯해 모든 공간은 불이 꺼진 채 적막하고 평화로웠다.
똑딱! 똑딱!
어찌 이리 선명하게 들릴 수 있을까. 초침과 분침의 경주소리가...
목과 가슴에 벤 땀. 콧잔등에 또 땀방울.
똑딱! 똑딱!
뭘 그리 잘 못한 것도 아닌데,
거실 벽에 걸린 시계는 나에게 훈계라도 하듯 묘한 시선을 준다.
군 시절 작전훈련 때 은폐 엄폐하며 임무 수행하듯,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한 올 한 올 소리죽여 의상 해체하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순간...
초침과 분침의 경주소리가 순간 멎은 듯하다.
침대에 누워있던 아내가 딸의 쿨럭 소리에 깼다.
아이가 나 때문에 잠을 못자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쭈글쭈글 꼼장어를 입 안에 넣기 바빴는데...
걸죽한 막걸리를 마시며, 사람과의 관계를 논했는데...
그 시각 딸은 감기때문에 힘들어 한 듯.
똑딱! 똑딱!
좀 더 빨리 달려라! 더 빨리 달려서
동트면 햇님에게 딸의 콧물 삼키라 하고,
바람불면 딸의 감기 함께 실어가라고 기도하리...
똑딱! 똑딱!
우리집 초침과 분침은 시끄러워도 좋다.
멈추지 말고 계속 그렇게만 달려다오!~
멈추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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