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PD의 제작노트_2018.11.02 










며칠 전, 영화 프로듀서인 친구로부터 갑작스러운 촬영 부탁을 받았다. 4K 촬영 건이다. 아직 4K촬영 경험이 부족하다. 적잖게 부담이 됐다. 가장 큰 부담의 원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님의 인터뷰가 메인 촬영이기 때문이었다. 





2000년도에 뵙고 18년 만에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무리하게 촬영을 진행했다가는 부탁한 친구에게도 민폐, 

내 인건비가 줄더라도 안전한 촬영을 위해 전문 카메라 감독을 섭외했다. 







2013년 방송 제작당시 알게 된 감독인데, 동갑이라 지금은 친구가 됐다. 

바쁜 일정이 있었는데도 친구는 흔쾌히 촬영을 수락했다. 


오전 10시 50분. 


광화문 교보문고에 집결한 우리 일행은 교보문고에 진열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서적을 시작으로 촬영에 돌입했다. 전자책이 발달하고 오디오북이 틈새시장을 뚫고자 노력하지만, 여전히 종이책을 찾는 사람들은 많다. 평소 책읽기를 다짐하면서도 실천하지 않음에 또 반성.



교보문고에서 촬영을 마치고 오후 촬영을 위해 신촌으로 향했다. 






외경부터 느낌이 남다른 북카페 피터캣. 


피터캣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작가가 되기 전 운영하던 재즈바의 이름이었단다. 






현재 북카페 피터캣을 운영하는 대표님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100여 권 넘게 진열해 놓을 정도로 열혈팬이다. 작가의 소설 속에 나오는 칵테일을 메뉴로 팔고 있고, 소설과 관련된 굿즈도 수집해서 카페에 진열해 놓기도 했다. 





카페 대표님의 인터뷰와 무라카미 하루키 책읽기 모임의 회장인터뷰를 순조롭게 마쳤다. 북카페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 삶의 습관과 방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책읽기 모임의 대표는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이 모여 작품에 대해 논하고 소통하면서 용기와 치유의 시간을 갖게 된다고 했다.  

 



PM 04:30

마지막 촬영만 남았다. 


NHK 촬영의뢰 건으로 18년 만에 다시 뵙게 된 거장 감독님은 최근 대종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버닝>을 연출하신 이창동 감독님이다. 인터뷰는 일본어 통역을 맡은 코디네이터 분께서 직접 진행하셨기에 난 현장에서 한 게 없다. 감독님의 말씀을 경청했을 뿐이다. 내가 연출이었다면 편집은 걱정 뒷전으로 하고 감독님의 말씀을 충분히 담았을 텐데, 일본 측에서는 번역과 제한된 편집시간 때문인지 간략한 답을 요청했다. 


실제 인터뷰 시간은 15분 남짓, 촬영을 마치고 감독님을 직접 찾아 뵌 일이 있었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께서는 내가 낯이 익다고 하셨다.   







촬영을 마치고 작업실 복귀해서 책장을 살폈다감독님 친필 사인이 담긴 박하사탕 시나리오 복사본이 꽂혀 있다.(초록물고기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박하사탕이었다)

 

2000년 7월이면 인터넷 출판사에서 6개월 정도 일할 때였는데독자와 작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작가 홈페이지 기획때문에 감독님 자택에 찾아가 기획의도를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은 적이 있었다잠깐 시나리오 공부할 때 제본으로 떴던 박하사탕 시나리오를 가져가서 사인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18년이 지난 오늘 감독님 인터뷰 건으로 다시 뵙게 됐다. 실례를 무릅쓰고 사진 촬영을 부탁드렸다.

소파에 앉은 감독님 곁에 슬그머니 앉았다. 감독님은 독사진으로 생각하셨던 것 같다... ㅋㅋㅋ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니 나만 웃고 있다. 작업실 복귀해서 피곤함을 무릅쓰고 블로그 꼴찌닷컴에 제작노트를 작성하는 이유도 이 설렘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서다. 또 다시 좋은 기회로 다시 뵐 날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확신이 선다. 


때로는 삶은 아름답다. 



글/사진 ⓒ꼴찌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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