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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 이발소를 운영한 동네이발소


꼴찌네 작업실 근처엔 이 동네에서 40년 동안 이발소를 운영하신 할아버지가 계신다. 머릿속이 뒤숭숭해 이발을 하기로 맘 먹었는데, 지난주에도 문이 잠겼고, 엊그제도 문이 잠겨서 무슨 일이 생기신 건가 했는데, 어제는 영업을 하고 계셨다. 알고보니 매주 화요일은 휴무였던 것이다. 항상 화요일마다 쉬셨단다. 


20여 분 정도 머리를 자르면서 어르신은 쉴 틈 없이 옛날 동네 이야기를 건네셨다. 어느 공업사 사장은 돈을 많이 벌었고, 기계를 새 걸로 장만하지 못해서 망한 사장도 있다면서.


"부지런한 사장치고 망하는 사장없더라고요..."


일흔이 넘으셨는데도 항상 존대를 하시는 어르신은 머리 깎는 내내 입과 손놀림이 바쁘셨다.


지난해 이 이발소에서 민머리로 삭발을 한 번 했었는데, 나의 두상이 꽤나 비호감임을 깨닫고는 더이상 민머리 삭발은 하지 않는다. 대신 짧은 스포츠 형으로 이발하는데, 미용실과는 다른 정교함이 느껴진다. 어르신이 가위로 싹둑싹둑 만져주시면 이내 꼭 맘에 드는 스타일이 된다. 40년의 내공이 느껴지는 것이다. 한 동네에서 40년 가까이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행복한 삶이구나 싶었다.


어제 오전부터 SNS 타임라인에서 신사동 우장창창의 강제집행 라이브 영상이 시선을 끌었다. 불이 난 것도 아닌데 소화기를 분사하는 건 어디서 명령을 내린 것인가? 용산 참사이후에도 한남동, 옥바라지 여관, 신사동 우장창창 등 철거 관련 뉴스는 끊이지 않는다. '함께사는 사회'는 그냥 한시적 표어일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르신은 부지런한 사장치고 망하는 사장없다고 말씀하셨지만, 부지런하게 일하는 세입자들은 부지런한 것만으로는 잘 살 수 없는 세상이다. 


내 작업실 계약도 이제 2달 정도 밖에 남질 않았다. 주인집 어르신도 시세를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홍대에서 문래동으로, 문래동에서 이곳으로 시나브로 둥지를 트는 예술인들이 늘고 있다. 여기도 앞으로 조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짧은 생각이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