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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과 미술의 공통점, 그리고 끼니에 관하여...



나의 블로그 꼴찌닷컴을 통해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는 인물, 

꼴찌의 영원한 멘토이자 친구인 대학 은사님. 복학해서 막걸리 먹다가 취해 형이라 불렀고, 

15년 동안 정말 큰형님처럼 내 곁에 머물러 주셨다.  

 

지난 목요일. 은사님께서 작업실에 방문하셨다. 


오래전부터 꼴찌들을 위한 강의를 부탁드렸는데,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주신 거다.  






밥상과 미술. 

얼마전 은사님 댁 근처 호프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언뜻 스친 대화였다. 


 은사님은 밥상과 미술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고 하셨다. 

술 먹다가 들었을 때는 귀가 솔깃했는데, 맨 정신에 듣자니 밥상과 미술이 어떻게 같다는 건가? 스님의 선문답도 아니고 말이다. 

  

그런데, 은사님은 언어적 유희, 말장난으로 밥상(보통 네모난 테이블)과 미술의 관계에 대한 지식보따리를 풀기 시작하셨다.


물론, 둥그런 밥상도 있지만 보통 밥상을 네모난 테이블(Table)로 보고 프랑스어로 회화를 의미하는 타블로(Tableaux) 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단어가 Table 이라는 것이다. 이 재미난 관찰은 교수님에게 8강 정도의 강의 자료를 만들게 했다고 한다. 그 공통점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정리할 것이다. 







밥상과 미술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철학으로 이어졌다. 은사님이 아주 오래 전에 그린 그림이란다. 학창시절 은사님의 도서관은 화장실이었다고 했다. 어렸을 적 외갓집에서 경험한 바 있는 널판지 두 개가 놓인 뒷간. 혹시라도 널판지가 부러지는 건 아닐까 조마조마하며 쪼그려 앉아쏴! 똥탑을 겨냥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림은 똥이 밭의 거름이 되고, 그 거름이 끼니의 재료가 되어 우리 입으로 들어가고, 다시 똥이 되어 거름이 되는 흐름과 반복을 표현한 것이다. '통로' 라는 소제가 아래 적혀있지만, 결국 윤회를 뜻하는 것이었다. 


밥상과 미술의 공통점에 대한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꼬리를 물어 결국 관계에 관한 이야기까지 흘렀다. 그리고, 첫 강의는 맛보기 식으로 정리됐다. 





공교롭게도 이번주 SBS스페셜은 '다이어트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끼니에 관한 다큐멘터리였다. 100Kg 이상의 체중감량을 한 외국인 사례로 요요현상을 짚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방송 시청 중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은 바로 마음챙김이라는 Mindfulness 에 관한 내용이었다. 건포도 세 알을 먹기 전에 3분 동안 음식에 대한 생각을 하고, 한 알을 먹으면서 그 맛을 음미하고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갖으면서 포만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은사님의 밥상과 미술에 관한 강의, 그리고 SBS스페셜에서 다룬 '다이어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면서 엉뚱하게 스친 짧은 생각은 '끼니'에 관한 생각이었다. 밥상과 미술의 공통점이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요리한다는 것이라면 끼니는 누군가의 입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끼니'는 관계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의 관계, 누군가와 함께 끼니를 먹는 사람은 그 사람과의 관계... 


사진은 어제 저녁, 찬밥에 미역국을 말아 먹다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아 찍은 사진이다. 


테이블 위에 놓인 끼니는 누군가를 위한 행위이며, 그 행위는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꽁꽁 언 찬밥은 따뜻한 국물이 녹이기도 한다. 

양념이 된 볶음과 무침은 싱거운 미역국과 중화되어 혀를 자극하기도 한다. 

그렇게 버무려져 장으로 향하면 그것은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된다. 

그리고 에너지가 되지 않은 무엇인가는 똥이 되고, 다시 거름이 되고, 또 다시 요리의 재료가 된다. 


내일이면 어제가 될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