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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사람의 통증에 무심한 사람들! 영화 지슬은 오멸 감독의 위령제

 

 

 

열일곱 살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의 일이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10시간이 넘게 걸려 제주도에 도착했다. 그렇게 오래 배를 탄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지만 제주도 땅을 밟는다는 것조차도 처음이어서 뱃멀미도 없어고 설렘만 있었다. 

 

수학여행 첫날 저녁,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자라는 선생님의 말씀은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들은 무리를 지어 제주도 밤거리를 구경 나갔다. 교복을 벗고 거리를 누비고 다니는데, 우리 무리 반대편에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무리가 시비를 걸었다. 

 

"비키라~ 육지껏들이" 

 

육지껏... 육지것? 표기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분명 비아냥 조였고 시비조였다. 큰 사고는 없었지만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그날 들은 '육지껏' 이라는 표현은 기억에 오래 남았다.  

 

 

    

지난 화요일(3월 26일) 오후 8시.

 

충무로 서울 영상미디어 센터에서 영화 <지슬>의 오멸 감독 특강이 있었다. 센터에서는 특강 전 오멸 감독의 영화 <뽕똘> 과 <지슬>을 감상하고 오라는 권유가 있었다. 그날 오전 10;10 분 대한극장에서 영화 <지슬>을 조조로 감상했다. 영화에 관한 내용은 직접 확인하시고 느끼시라고 생략한다. 굳이 표현하자면 난 영화 감상 후 제사를 지낸 기분이었다. 

 

"섬사람의 통증에 대해 무심한 대한민국"

 

오멸 감독은 전작들을 통해 자신의 선배들에게 이야기를 건넸다고 했다. 영화가 그의 이야기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 <지슬>을 통해서 그가 건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제주도 섬사람들의 삶의 가치와 그들이 안고 살아가는 통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오멸 감독은 제주도에는 패배와 관련된 설화가 많다고 했다. 그것을 섬컴플렉스라고도 표현했다. 세계가 인정한 관광지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이 제주도의 풍광만 담고 돌아가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했다. 제주도 사람의 이야기는 관심 없을 뿐만 아니라 제주도 사람의 통증에 대해서 무관심하다고 했다.

 

영화 <지슬>에 관심없는 관객들?

 

오멸 감독은 영화 <지슬>을 통해 제주도의 아픔을 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들은 지슬에 대해 관심이 적은 듯하다. 영화 <지슬>을 개봉하는 영화관도 독립 영화전용관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대한민국의 시대적 배경과 지난 우리 역사를 정리할 깜냥이 되질 않는다. 그렇기에 영화 <지슬>을 잘 봤다는 생각이 든다.

흐트러진 제기 그릇들로 시작되는 프롤로그. 희뿌연 연기와 스크린을 휘몰아 감는 듯한 자욱한 안개. 영화는 한 편의 위령제였다.

 

 

ⓒ꼴찌닷컴

 

 

 

제주도 지방경찰청에서 4월 3일 조기를 게양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지역 신문을 봤다. 강정마을을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곳 주민들은 지금도 투쟁중이다. 고향 부모님은 며칠 전 동네 상인들 계에서 제주도 관광을 다녀 오셨단다.  문득, 20년 전 제주도 밤거리에서 스쳤던 녀석은 지금도 육지껏에 대한 원망이 남아있는지 궁금하다.   

 

제주도에서 희생당한 고인(故人)의 명복을 빕니다.